소암기념관~일본에서 배운 제주의 서예의 대가 현중화 선생님의 발자국
2021/4/9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은 2020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제주에서 근무한 이세끼 요시야스 전 총영사가 제주의 다양한 장소와 많은 분들을 직접 만나며, 제주도민 여러분의 도움으로 연재 기사로 정리한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제주와 일본의 깊은 관계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의 기사 내용은 연재 당시의 것으로, 일부 내용은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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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끼 요시야스 총영사는 서귀포시에 있는 3개의 공립미술관 방문의 피날레로 '소암기념관'을 방문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소암기념관’은?
‘소암기념관’은 서귀포 출신의 서예가∙소암 故 현중화 선생님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기 위해, 2008년 설립된 서예를 중심으로 한 미술관입니다. 故 현중화 선생님의 아드님이신 현영모 명예관장님, 故 현중화 선생님과 술잔을 나눌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던 문희중 제주도한일친선협회 부회장님, 기념관의 호영아 학예연구사님 등이 함께 안내해 주셨습니다.사계절에 맞춰 故 현중화 선생님의 서예작품과 서귀포시의 공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회화 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전시회 「시중유화(詩中有畵) 화중유시(畵中有詩)」가 개최되고 있어, 사계절 각각에 어우러진 故 현중화 선생님의 서예작품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제주 서귀포 출신의 故 소암 현중화 선생님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현중화 선생님은 1907년에 서귀포에서 태어나, 1924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大阪)의 모모야마(桃山)중학교(현재의 모모야마 가쿠인 중∙고교)를 거쳐, 와세다대학(早稲田大学)에서 수학하게 됩니다. 그 후, 서예의 길에 입문하여, 마츠모토 호스이(松本芳翠) 씨의 문하에서 3년간, 쓰지모토 시유(辻本史邑) 씨의 문하에서 8년간, 곤도 세츠치쿠(近藤雪竹) 씨의 문하에서 동방서예회의 계보에 속한 2명의 거장에게 사사를 받고, 다양한 서체를 습득. 일본 4대 서예전 중 하나인 ‘마이니치서예전(毎日書道展)’을 비롯한 서예전에서 입선하는 등 실력을 쌓은 후, 스승인 쓰지모토 씨가 제주로 돌아가 후진을 지도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로 1955년 제주로 돌아옵니다.고향 서귀포로 돌아온 현중화 선생님은 많은 제자들을 지도하면서, 한국 현대 서단을 대표하는 서예가 중 한 명으로 꼽히게 됩니다. 중국식 서예를 완전히 습득한 마츠모토 호스이 씨에게서는 6가지의 서체(육조체, 전∙예∙해∙초∙행서)의 기초를 철저하게 지도 받았고, 또한 호탕한 인품의 쓰지모토 씨에게서는 항상 보다 거칠게 써야 한다는 지도를 받았다고 하여, 6가지의 서체 모두에 정통하면서도, 특히 초서체에 대해서는 정평이 나 있어, 서체의 흔들림이 마치 제주의 바람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현영모 명예관장님과 문희중 부회장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故 현중화 선생님은 친한 친구에게도 항상 높임말을 쓰시는 엄격한 면이 있는 반면에, 유머를 사랑하는 매우 유연한 발상력을 가진 인물이었다고 하는데, 서예에 대한 자세에도 그것이 나타나 있다고 합니다. 즉, 유연한 작풍을 전개하면서도 평소부터 각 서체의 기초가 확립되어 있기에 유연하게 써 내려 갈 수 있는 것이고, 기초가 부실하다면 유연하게 써도 그것은 서예라고 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유연함에 관해서는, 예를 들어 술자리에서 갑자기 일필(一筆)하게 되었어도, 그 자리에서 종이의 크기나 형태에 따라, 즉흥적으로 유연하게 쓰는 시문을 선택했다는 일화를 많이 들려 주셨습니다. 또한 그런 경우에도 종이의 크기나 형태에 관계없이 전혀 망설임 없이 정확히 종이에 맞춰 시문을 완성시키는,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극히 높은 수준의 공간 구성 능력을 가지고 계셨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서도(書道)를 배운 故 현중화 선생님의 한국 서단에의 공헌
또 한 가지 故 현중화 선생님의 한국 서단에 있어서의 가장 큰 공헌은 어떤 것이었는지 여쭤보았더니, 한글 서예는 궁중에서 궁녀들이 발달시킨 ‘궁체’가 주류를 이루었던 것을, 故 현중화 선생님께서 초서체 한글 서예를 시도하여 확립시켰다는 것에 있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역시 6가지의 서체의 기초를 튼튼히 다진 실력, 그것을 한국 밖=일본에서 배웠다는 경험, 거기에 유연한 발상력이라고 하는 요소가 더해졌기에, 그러한 새로운 시도를 확립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과 일본의 하이브리드, 더 나아가 중국까지 포함한 삼국의 하이브리드라고도 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한국에 가져온 것이라고 하겠습니다만, 이를 실현시킨 것은 또 한 가지 '제주라는 장(場)'이 큰 요소로 작용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방문 관련 사진

△기념관 입구에는 故 현중화 선생님의 흉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서귀포시의 공립미술관은, 지금까지 방문한 이중섭 미술관이나 기당 미술관이나, 세 곳 모두 일본과의 강한 인연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故 현중화 선생님의 행∙초서 작품이 많다고 하는데, 이것은 예서체 작품. 기념관으로서는 각 서체를 골고루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영모 명예관장님과 함께. 故 현중화 선생님이 정립시킨 초서체 한글 문자가 포함된 서예 작품 앞에서.

△제주 서예계에 있어서 故 현중화 선생님의 커다란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 총영사관에도 있었습니다. 사진은 1993년 제주도청이 발간한 ‘제주도지’. 제자(題字)를 쓰신 분은 역시 故 현중화 선생님이셨네요….

△故 현중화 선생님의 작품은 일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에도 막부(江戸幕府)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도 각별히 사랑했던 시즈오카현(静岡県) 아타미시(熱海市)의 온천여관 ‘신카도야’(新かどや). 제주도한일친선협회와 아타미시일한친선협회는 긴밀히 교류를 지속하고 있고, 자매결연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러한 제주와 아타미의 교류 과정에서, 故 현중화 선생님도 생전 ‘신카도야’를 자주 찾아, 작품이 관내에 전시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타미에서 온천과 함께 서예 작품도 즐기는 하룻밤이라니, 꽤 운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신카도야’에서는 프런트와 별채 회의실에 故 현중화 선생님의 서예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별채 ‘소암정’(素翁亭)은 故 현중화 선생님에 대한 경의에서 건물명으로 지어졌고, 건물명을 나타내는 입구의 목각 편액도 故 현중화 선생님의 서예로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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