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당미술관~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일본과 인연이 깊은 한국 최초의 공립미술관

2020/12/17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은 2020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제주에서 근무한 이세끼 요시야스 전 총영사가 제주의 다양한 장소와 많은 분들을 직접 만나며, 제주도민 여러분의 도움으로 연재 기사로 정리한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제주와 일본의 깊은 관계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의 기사 내용은 연재 당시의 것으로, 일부 내용은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세끼 요시야스 총영사는 서귀포시에 위치한 공립미술관인 ‘기당미술관’을 방문해, 서귀포시청 직원들과 함께 고준휘 학예연구사로부터 설명을 들었습니다.
 

‘기당미술관은’?

 ‘기당미술관’은 이전 방문한 제주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화학공업으로 성공하신 재일제주인 故강구범 선생의 기증으로 1987년 설립된 제주도 내에서 만이 아니라 한국 최초의 지방자치단체 공립미술관. ‘기당’이라는 명칭도 기증자의 호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한국 최남단으로 예술가들도 많이 살고 있는 서귀포시에는 3개의 공립미술관이 있는데, ‘기당미술관’은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그 중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소장품은 개관 후 2013년 작고할 때까지 명예관장을 지냈던 변시지 화백의 작품들입니다.
 

제주출신으로 일본 화단에서 인정받은 변시지 화백

 제주 출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서양화의 대가인 데라우치 만지로(寺内萬治郎) 씨에게 사사를 받았고,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 화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된 변시지 화백은, 1957년 한국으로 영구 귀국하여 서울에서 활동. 그 후 1975년에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 바람이나 바다와 말 등 제주의 풍경과, 인간 본래의 고독성을 그리면서, 제주의 대기에서 찾아냈다는 독특한 황토 빛을 바탕으로 한 화풍을 확립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동미술관의 변시지 화백의 작품들은 화풍이 완성된 말년의 작품들보다는 제주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화풍을 확립해 나가던 시기의 것들을 더 많이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에서 시작하여 일본을 거쳐 다시 제주로 돌아와 꽃을 피우게 한다. 미술관 자체도 대표적인 소장품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진 미술관은 세계적으로도 그 예를 찾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제주와 일본의 인연도 대단하지만, 그 사이에 ‘일본’이 들어가 있으면서도, 오롯이 제주 본래의 것으로 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 또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변시지 화백의 작품은 제주도내에서 제주도립미술관, 제주지방법원, 서귀포시청 등 많은 기관에 소장되어 있고, 놀랍게도 서귀포경찰서에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방문 관련 사진


△변시지 화백의 대표작 중 하나인 태풍과 함께. 옆에 기재된 동 화백의 약력에서는, 일본에서의 활동으로 1947년 일전(日展:1907년부터 개최된 역사를 가진 일본 최대의 종합 미술 박람회)와 제33회 광풍회전 입선, 1948년 제34회 광풍회전의 최연소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후, 첫 번째와 두 번째 개인전을 도쿄·긴자의 ‘시세이도(資生堂) 갤러리(일본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화랑)’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오사카(大阪) 최대의 한큐(阪急) 백화점에서 여는 등, 당시 일본 화단에서 크게 기대되는 존재였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변시지 화백의 작업실도 재현되어 있습니다. 고준휘 학예연구사가 그의 두 차례 개인전을 담은 시세이도 갤러리 75년사(1995년 발간)를 보여주었습니다.


△미술관 건물은 한국 최초의 지방자치단체 공립미술관인 만큼 공들인 설계. 제주의 전통 가옥을 모티브로 하고 있고, ‘눌’을 형상화한 돔 형상이 특징입니다.


△미술관에서도 멀지 않은 서귀포시 법환동에는 기당 강구범 선생의 공적을 기린 공덕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서귀포의 바다는 언제 봐도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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