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과거 대표 농산물인 고구마~최대의 산지로부터 유래를 따라가다 보니 오키나와현 가데나쵸(沖縄県嘉手納町)에 이르렀습니다!

2022/1/6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은 2020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제주에서 근무한 이세끼 요시야스 전 총영사가 제주의 다양한 장소와 많은 분들을 직접 만나며, 제주도민 여러분의 도움으로 연재 기사로 정리한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제주와 일본의 깊은 관계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의 기사 내용은 연재 당시의 것으로, 일부 내용은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진제공:김웅철 대정현 역사문예포럼 이사장)
 

제주의 대표 농작물로서 경제와 농업 발전에 기여한 고구마

 섬 전체가 화산암으로 덮여 있기도 해서 쌀농사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제주도에서는 과거 ‘고구마’가 대표적인 농작물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조리해서 먹는 식량으로 제주 분들의 식문화와 생활을 지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1980년대까지 전분주정(발효 알코올)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2004년 제주도청이 발간한 「제주도지」의 ‘고구마의 생산’ 항에는 다음과 같이 고구마를 이용한 전분과 주정공업이 일찍이 제주의 경제·농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전분공장은 1939년 대정에 ‘대정흥업주식회사’ 동년 서귀포에 ‘제1전분주식회사’가 설립되어 전분제조업에 문을 연 지 50여년, 주정공장은 ‘동양척식주식회사’ 제주주정공장으로 1941년부터 주정을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 40여년간 제주의 고구마 생산과 영욕을 같이하며, 제주도 농민의 소득과 농업발전에 기여한 바 매우 크고, 이제 고구마 생산의 부침현상과 더불어 1980년대 이후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제주의 고구마는 어디에서 유래되었을까? 그 역사를 따라가다 보니 일본의 오키나와현 가데나쵸(沖縄県嘉手納町)에 이르렀습니다. 가데나쵸 미군 가데나 비행장은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가데나쵸는 전체 면적의 약 82%를 미군 시설·구역이 점하고 있고, 가데다 비행장은 유엔군 지위협정에 따라 주한유엔군에 대한 병참 원조(logistic support)를 제공하는 시설 중 하나로 지정되어 있어, 제주는 물론 한국 전체의 안보상 후방 지원의 핵심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데나쵸와 제주와의 인연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미치노에키(道の駅) 가데나’에서 바라보는 가데나 비행장(사진제공:가데나쵸)
 

△가데나쵸 항공사진(빨간선 내부)(사진제공:가데나쵸)
 

과거 제주 최대의 고구마 산지 대정읍

 이세끼 요시야스 총영사는 제주 고구마 농업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까 하고, 먼저 넓은 평야 지대가 있어 일찍이 제주 최대의 고구마 산지였던 제주도 남서부의 대정읍을 찾았습니다. ‘대정현 역사자료전시관’을 운영하며 향토사에 정통하신 김웅철 대정현 역사문예포럼 이사장님이 안내해 주셨습니다.
 

 
 먼저 위의 「제주도지」에도 나오는 옛 전분공장입니다. 1939년 당시 그 고장 주민에 의해 제주에서 최초로 전분공장으로 창업한 ‘대정흥업’의 굴뚝이 일과리에 남아 있었습니다. 대량의 담수를 필요로 하는 전분공장은 모두 수원지 인근에 세워졌는데, 넓은 평야 지대에다 물이 풍부한 이 지역에는 가장 번성할 시절에는 8개의 공장이 운영되었다고 합니다. 제주의 고구마 전분은 잡채의 쫄깃한 당면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웅철 이사장님이 다음으로 안내해 주신 곳이 지역 농협의 고구마 저장고로 쓰였던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원래 옛 일본군의 탄약고 및 발전소로 지어진 건물이랍니다. 제주도의 남서부에 위치하고 넓은 평야 지대를 가진 대정읍에는 제주올레 제10코스를 걸을 때 보았듯이, 알뜨르비행장으로 불리는 옛 일본해군 비행장과 관련 시설이 있어,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본토 결전에 대비하기도 했는데, 그 외에도 근년까지 레이더기지를 미군이 운영하거나, 한국전쟁 당시에는 창군 초기의 한국군 창설에도 큰 역할을 하는 등, 군사사의 시각에서도 아주 흥미로운 곳이라고 합니다.
 

제주의 고구마 유래를 찾아서

 다음은 대정읍을 벗어나 애초에 제주에 고구마가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처음 한국에 고구마가 유입된 것은 1763년 조선통신사 일행으로 일본을 방문했던 조엄이라는 인물이 쓰시마(対馬)에서 가져온 것이 최초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제주에는 2년 뒤인 1765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때는 고구마 재배가 널리 정착되지는 못했습니다. 제주에서 고구마가 널리 재배된 것은 1880년대, 가파도우도에서 일본 어민들로부터 재배법이 전해진 이후부터라고 합니다.
참고로 고구마를 부르는 방법에 관해, 한국의 표준어에서는 쓰시마에서 ‘고코이모’(孝行いも)라고 부르는 것에서 변천되어 ‘고구마’라고 부르게 되었고, 제주어로는 ‘간쇼(かんしょ)=甘藷’에서 한국어 발음인 ‘감저’로 부르게 되었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고구마는 쓰시마에는 어떻게 유래되었을까?


 
 그렇다면 고구마는 쓰시마에는 어떻게 유래되었을까? 여기서부터는 오키나와현 가데나쵸의 도야마 히로시(當山宏) 정장(町長)님(사진제공:가데나쵸)이 알려 주셨습니다.
맨 먼저 1605년, 가데나 출신의 신코센(進貢船)의 총관(總管)직(사무장), 노구니(野國) 총관이 푸젠(福建)에서 고구마 묘종을 가지고 돌아와 재배에 성공. 같은 해, 역시 류큐왕국의 관리인 기마 신죠(儀間真常)가, 노구니 총관으로부터 재배법을 전수받아 오키나와 본섬에서의 보급을 시작했습니다. 이 고구마를 1611년, 류큐왕국의 쇼네이(尚寧)왕이 류큐에서 사츠마(薩摩)(현재의 가고시마현(鹿児島県))로 돌아가는 사츠마번(薩摩藩) 장병들에게 기념품으로 전달했습니다. 이것이 화산지질로 쌀농사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땅이 많은 사츠마에서 정착하여, 마침내 규슈(九州) 전역으로 확산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1720년, 스야마 돈오(陶山純翁)라는 인물이 고구마를 쓰시마에 전하였고, 1763년에 조선통신사인 조엄이 돌아오는 길에 가져가면서 전래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고구마로 제주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오키나와현 가데나쵸

 이상, 제주에서 일찍이 식문화와 경제를 지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고구마 유래의 역사를 살펴보니, 쓰시마∙규슈를 거쳐 오키나와현 가데나쵸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과거 제주에서 고구마는 상술한 바와 같이 식재료로서도 경제∙농업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도 큰 역할을 했는데, 가데나쵸에서도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는 면도 있어서 힘든 생활을 했던 오키나와 사람들의 생명을 지탱해 왔던 고구마를 전해준 노구니 총관은 지금도 존경받는 위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칼럼 ‘제주의 OKINAWA’와 제주 최대의 수족관 ‘아쿠아플라넷 제주’ 관련 기사에서 제주와 오키나와의 의외의 연결고리를 소개했지만, 이번에는 고구마를 통해 가데나쵸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결고리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김웅철 이사장님, 도야마 정장(町長)님, 정말 감사합니다!
 

방문 관련사진


대정현 역사자료전시관은 과거 대정면사무소와 보건소 등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을 사용하고 있고, 영어교사 출신이신 김웅철 이사장님이 제주도 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을 수차례 방문하는 등 자료를 발굴∙수집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내부는 옛 일본군, 미군, 한국군과 관련된 것까지 포함해, 향토사에 관한 귀중한 사진과 영상 자료들이 그야말로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일단 모두 전시물들이지만, 현재로서는 그 전모에 대해서는 자료를 수집한 당사자인 김웅철 이사장님이 아니면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아서, 각 자료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는 데도 김웅철 이사장님의 설명이 필수적입니다.
 

△가파도의 ‘가파도 개경 120주년 기념비’(1962년에 건립되어, 이후 다시 새로운 비석으로 세워졌습니다)와 그 옆에 있는 ‘연혁 해설’ 비에는, 1885년 일본인 잠수기선 업자인 요시무라 고자부로(吉村興三郎) 일행이 정착했다는 기록에 이어서, “1886년 요시무라 고자부로가 일본에서 고구마 종자를 도입하여 재배법을 전수받아 본리 유지 김용흥 역시 근세 제주도 고구마 재배를 장려했다”라는 설명이 새겨져 있어, 고구마의 재배는 쓰시마를 경유하여 제주로 전해졌을 때는 정착하지 못했다가 1880년대 일본의 어업 관계자로 인해 다시 전해졌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는 쪽이든 경로를 따라가면 가데나쵸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습니다.
 

△제주항 인근에 있던 주정공장(사진출처:「사진으로 엮은 20세기 제주시」)은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제주주정공장으로 조업을 시작, 제주의 고구마를 원료로 약 40년에 걸쳐 주정(발효 알코올)을 생산했다고 합니다. 이 주정공장은 태평양 전쟁 중에는 군용기의 연료로 사용되는 전략물자로서의 주정을 제조하였다고 하고, 또한 1948년 이후 제주4·3사건 당시 공산주의자로 지목된 제주도민에 대한 감금·고문이 이루어진 장소라고도 하는 한편, 위와 같이 제주도의 경제·농업 발전에 기여했다, 1946년 이후에는 부족한 전력 사정에서 주정제조로 발생한 증기와 자가발전기를 사용해 제주 시가지에 전력을 공급했다,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고구마 찌꺼기는 사료로 쓰여 제주의 특산품인 흑돼지 양돈업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등의 면도 있어, 제주도민 여러분에게는 희로애락이 섞인 너무나 복잡한 성격을 가진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현재는 옛터에 제주4·3역사기념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고구마로 만든 주정이라는 것에서 제주 분들은 고구마 소주도 마시지 않았을까? 늘 많은 도움을 받는 (주)한라산소주 현승탁 회장님께 여쭤보았더니, 역시 제주에서도 예전에는 고구마 소주도 많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한 김웅철 이사장님에 따르면, 당시 제주 분들이 민간에서 고구마 주정으로 만든 술은, 제주의 주류 문화의 큰 줄기였다고 합니다. 물이 좋아서 현재도 쌀로 만드는 소주도 막걸리도 맛있는 제주에서, 현재는 만들어지지 않지만 언젠가 고구마 소주도 맛볼 수 있는 날을 상상해 봅니다.
 

△쌀농사에 적합하지 않은 제주도에서 고구마는 과거 최대의 농업산품의 하나로, 1960년대경까지는 제주도민의 주식과 같은 존재였고, 6.25전쟁에서 제주로 밀려온 피난민에게도 귀중한 식량원이었다고 합니다. 사진은 당시 제주 가정의 단골 요리였던 감저범벅(고구마범벅). 지금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아닌 이상 집에서 만들어 먹는 사람은 별로 없고, 먹을 기회조차 없어져 버린 전통요리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정읍에는 옛 전분공장을 이용한 카페도 있습니다. 이곳의 이름은 제주어를 그대로 사용한 ‘감저카페’. 1964년에 세워져 1980년대까지 운영했던 고구마 전분공장을 리모델링해 2018년 멋진 카페로 개업하였습니다. 전분공장 시절의 장비도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의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감저카페’도 맛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또 한 가지, 오키나와에서 제주로 건너온 것을 소개합니다. 그것은 ‘제주극동방송’. 기독교 포교를 위해 한국 국내는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 북한 등지에도 24시간 광고 없이 라디오 방송을 송출해오고 있는 이 방송국은 원래 태평양 전쟁 후 미군정 하 오키나와에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나 1972년 오키나와 일본 본토 반환에 즈음해, 일본에서는 종교방송이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등의 사정으로, 제주도로 방송 거점 이전을 결정하고, 1973년 6월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주도는 개발이 진행되기 전으로 중장비도 부족하여 아주 힘들게 공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또한, 섬 전체로 전기가 보급될까 말까 하는 시기였는데, 원거리 전파 발신에도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기 때문에, 이전 당시에는 제주도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전력소비자였다고 합니다.(사진제공:제주극동방송)
 

△가데나쵸에서는 오키나와 사람들을 기아에서 구한 노구니 총관이 ‘우무우후슈’(芋大主)로 매우 사랑받고 있어, 가데나쵸 상공회 부지 내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시설인 ‘미치노에키 가데나’ 등 두 곳에 노구니 총관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사진은 미치노에키 가데나). 게다가 가데나쵸를 상징하는 캐릭터도 당연히 고구마를 모티브로 한 ‘노구니 이모치’(野国いもっち)입니다.(사진제공:가데나쵸)
 

△오키나와는 오키나와 전통요리도 그렇고, 타코라이스나 스테이크와 같이 미군과의 교류 속에서 태어나 발전해 온 음식도 그렇고, 식문화도 오키나와 관광의 큰 매력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데나쵸청으로부터 가데나쵸의 맛집을 소개받았습니다.
먼저 ‘3S Burger’. 햄버거 등의 식당인데, 햄버거는 2015년 오키나와 버거 페스타에서 그랑프리, 일본 2016년에는 전국 대회에서도 3위에 입상할 만큼 맛있는 절품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햄버거용 빵에는 자색고구마를 반죽해 넣고 있다고 합니다. 엄청 맛있을 것 같습니다! 2022년 4월에는 ‘미치노에키 가데나’에 점포를 열었습니다.(사진제공:가데나쵸)
 

△또 한 군데, 가데나쵸청에서 알려준 곳은 쵸청 근처의 오키나와 소바 식당 ‘미요야’(みよ家). 이 식당의 오키나와 소바도 당연히 유명하지만, 고구마와 관련된 메뉴로 ‘노구니 이모 젠자이’(野国いもぜんざい)가 있습니다.  ‘노구니 이모’의 소스가 얹어진 가데나쵸 특산품 고구마팥빙수입니다. 참고로 ‘젠자이’라고 하면 일본의 다른 지방에서는 단팥죽을 의미하지만, 오키나와에서는 단팥을 얹은 팥빙수를  ‘젠자이’라고 부릅니다. 주문할 때 주의해 주세요! (사진제공:가데나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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