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먹거리 vol.4 전복~도쿄 시부야 한식당의 뿌리 '오조리'에서 찾은 제주와 일본의 인연
2021/8/26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은 2020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제주에서 근무한 이세끼 요시야스 전 총영사가 제주의 다양한 장소와 많은 분들을 직접 만나며, 제주도민 여러분의 도움으로 연재 기사로 정리한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제주와 일본의 깊은 관계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의 기사 내용은 연재 당시의 것으로, 일부 내용은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의 기사 내용은 연재 당시의 것으로, 일부 내용은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미각으로 느껴지는 제주와 일본의 인연을 소개하겠습니다.
이세끼 요시야스 총영사는 아직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전이었던 도쿄에서의 대학생 시절, 돌솥비빔밥이 먹고 싶어지면 시부야(渋谷)의 도큐(東急)백화점 본점 근처의 한식당 ‘오조리’를 찾곤 했다고 합니다. 뜨거운 돌솥비빔밥을 먹으면서, ‘오조리(吾照里)’가 지명 같기는 한데,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하고 문득 생각하다가도, ‘뭐 아무렴 어때’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주에 부임해 ‘제주올레’ 제2코스를 걷던 어느 날, 바로 눈앞에 ‘오조리’라는 글자가…. ‘오조리’는 제주의 최동단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과 가까운 마을의 지명이었던 것입니다. 시부야의 ‘오조리’는 이 ‘오조리’출신 분의 아드님이 창업한 것이랍니다.
오랜 세월의 수수께끼가 풀렸기에 이러한 인연을 그냥 둘 수는 없었습니다. 이세끼 총영사는 ‘오조리’를 찾아 홍승길 이장님과 현춘홍 성산포수산업협동조합 前상무이사님을 만나 뵙고, 두 분과 함께 ‘오조리’ 해녀 분들이 경영하는 식당 ‘오조리 해녀의 집’을 찾았습니다.
두 분으로부터 요리에 대한 소개를 받으면서, ‘오조리’가 속해 있는 성산읍에 대해서도, 그리고 제주의 양식어업에 대해서도, 일본과의 관계가 있었기에 발전해 왔다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말씀과, 성산수협과 후쿠오카현(福岡県) 舊겐카이마치(玄海町)(현재는 무나카타시(宗像市))의 일부) 어업협동조합의 교류와 관련한 추억 등등, 제주와 일본의 관계에 대한 다양하고 귀중한 말씀도 전해주셨습니다.
△일본에서의 해녀문화는 규슈(九州)~도호쿠(東北) 지방의 각지에 널리 분포하고 있습니다만, 한국에서는 해녀라고 하면 누가 뭐래도 제주. 섬 여기저기에 해녀들이 바다에서 잡아 온 식재료를 이용한 식당이 있고, ‘오조해녀의 집’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해녀문화가 제주와 일본에서 공통된다는 점, 제주의 해녀들이 일본에도 출가(出稼)해 왔다는 점, 그리고 제주 해녀의 능력이 뛰어난 것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전복요리 1 ‘전복죽’
△제주의 해녀식당이라고 한다면 전복죽이 먼저 떠오릅니다. 제주의 전복죽은 내장을 으깨어 골고루 섞어 만들기 때문에, 풍미가 있고 빛깔도 녹색을 띠는 것이 특징적. 바다의 향기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전복요리 2 ‘전복구이’
△전복구이는 버터로 구운 고소한 항기를 참을 수 없습니다.
사실 제주의 전복은 예로부터 일본에서도 유명한 특산물이었습니다. 헤이죠(平城)궁터에서 출토된 목간(木簡)에 "덴표(天平) 17년(745년) 탐라복 6근"이라는 기술이나, 또한 헤이안(平安)시대의 서적인『엔기시키(延喜式)』에도 "탐라복(耽羅鰒(鮑))"이라는 기술이 보이는 등, 탐라=지금의 제주와 전복의 강한 관련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설마 당시 제주산 생전복을 일본으로 운반하여 먹었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린 전복이었든지, 장식품으로 가공하는 전복껍데기가 거래되었던 것인지, 혹은 당시의 탐라 사람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잡은 전복을 말하는 것인지, 어쨌든 제주와 일본의 오랜 인연을 이야기 해주는 기록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전복요리 3 ‘전복회’
△싱싱한 회도 맛 보았습니다. 전복에 문어와 소라도 추가한 모듬입니다. 회 자체는 얼핏 일본에서 먹는 것과 같습니다(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다만 고추냉이와 간장의 조합뿐만 아니라, 초고추장을 찍어서 먹는 것은 큰 차이입니다. 또한 반찬도 김치류도 당연히 나오는데, 해초를 비롯하여 해녀가 바다에서 잡아온 해산물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접시에 담겨있는 우미(우뭇가사리의 제주 사투리)는 일본 요리의 영향으로 제주에서도 먹게 되었다는 해초 요리랍니다.
전복요리 4 ‘물회’
△‘오조리 해녀의 집’ 메뉴에는 없습니다만, 전복 등의 회나 오이 등의 야채를 채 썰어 넣고, 된장으로 맛을 내는 요리인 ‘물회’는 제주의 향토요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사진
△제주의 다른 마을과 마찬가지로 ‘오조리’에도 이 지역 출신 재일제주인 여러분의 기부로 전기가 개통되었을 때의 ‘공덕비’가 남아 있습니다. 1971년 건립으로, 전기가 개통된 것이 이렇게 최근의 일이었는지 새삼 놀라게 됩니다. 전기가 개통되면서 여러모로 편리해진 것은 당연하겠지만, 제주의 여러분에 따르면, 펌프로 물을 끌어 올 수 있게 되고, 수도가 보급된 것도 큰 성과였다고 합니다. 농업용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제주의 감귤농사가 더욱 발전했고, ‘오조리’를 포함한 해안가의 마을에서는 그때까지 식수를 소금물이 섞인 용출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여러 질병이 많았는데, 수도 보급으로 상당히 개선된 효과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도쿄 시부야의 한식당 ‘오조리’. 시부야 본관을 필두로 하여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전복죽 등 전복요리는 메뉴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만, 갈비나 돌솥비빔밥을 비롯한 일본에서 기본적인 메뉴의 한국요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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