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의 축제 ‘칠머리당영등굿’~일본의 신을 모시는 문화와의 공통성

2021/3/31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은 2020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제주에서 근무한 이세끼 요시야스 전 총영사가 제주의 다양한 장소와 많은 분들을 직접 만나며, 제주도민 여러분의 도움으로 연재 기사로 정리한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제주와 일본의 깊은 관계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의 기사 내용은 연재 당시의 것으로, 일부 내용은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세끼 요시야스 총영사는 문화인류학자이신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 현승환 교수님의 안내를 받아 제주 전통 굿인 ‘칠머리당영등굿’을 참관하였습니다. 현승환 교수님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郎) 씨의 『탐라기행(耽羅紀行)』에도 등장하는, 이즈미 세이치(泉靖一)씨의 초청으로 도쿄대학에 유학하여, 그 연구 성과로 『제주도 무속 연구(済州島巫俗の研究)』를 남기신 故 현용준 제주대 교수님의 아들인데,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제주의 전통적인 무속 연구의 길을 걷고 계십니다.
 

애니미즘과 샤머니즘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는 제주

 제주는 한국의 한 지역으로서 유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온 섬이기는 하지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애니미즘샤머니즘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는 지역으로, ‘1만 8천’의 신들이 살고 있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八百万(やおよろず=야오요로즈)’의 신들과 비교하면 수는 적지만, 인구 1인당 ‘신구 밀도’는 일본보다 높습니다!  숫자로 비교할 때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어느 쪽도 ‘어쨌든 많다’라는 것이겠죠…^^.

 조선시대의 국교였던 유교의 영향이 강해서, 제주의 전통신앙은 ‘사교(邪敎)’로 배척되거나, 삼성혈에서 보았던 것처럼, 유교식 제례를 일부 수용해 절충적인 형태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또한 근대에 들어서면서 ‘비근대적인 미신’이라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주의 여러분들은 이 전통을 지켜왔습니다. 故 현용준 교수님을 비롯한 학자들이 문화인류학적 연구도 진행하고, 1980년에는 ‘제주 칠머리당영등굿’이 한국의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되어 보호대상이 되자, 제주 각지에 남아 있는 무속문화에 대한 시각은 크게 바뀌게 되었습니다.
 

제주에서 음력 2월에 열리는 ‘칠머리당영등굿’은?

 ‘칠머리당영등굿’은 매년 음력 2월에 제주시내 건입동의 ‘칠머리당’에서 지역민들에 의해 열립니다(이번에는 코로나19대책으로 실내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영등’신은 영등국에서 제주로 들어온다는 바람의 신인 할머니(할망)이고, ‘굿’은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샤먼(제주에서는 신방이라고 합니다)이 집전하는 무속의례를 의미합니다. 바람의 신 영등할망은, 매년 음력 2월 초하루, 겨울의 끝에 꽃샘추위와 봄의 꽃씨를 바람에 실어 제주를 찾습니다. 일본에서는 입춘에서 춘분에 걸친 시기에 부는 강하고 따뜻한 남풍을 ‘하루 이치방(春一番)’이라고 부릅니다만, 같은 바람일까요? 그리고 한라산을 포함한 제주의 대지와 ‘바당 밭’(제주에서는 해녀의 어장을 이렇게 부릅니다)에서 씨를 뿌린 뒤, 음력 2월 15일에 제주를 떠납니다. ‘칠머리당’에서는 음력 2월 1일 영등환영제, 음력 2월 14일 영등송별제 두 차례 열립니다만, 영등할망뿐만 아니라 ‘칠머리당’ 토속신, 그리고 바다의 평화와 풍어를 관장하는 용왕신을 모시는 복합적인 의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뿌리 깊은 공통점을 가진 제주와 일본의 신을 둘러싼 전통문화

 제주의 ‘신’을 둘러싼 전통적인 문화는, 이러한 제례의 진행이나 의상 등, 개별적인 부분만 보면, 일본의 전통적인 문화와 차이도 눈에 띕니다. 다만, 신방 여러분의 동작을 직접 보고 있자니, 일본의 의례보다는 다소 리듬이 빠르면서도, 몸을 움직이는 방식 그 자체는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현승환 교수님에 따르면, 제주와 일본은 알타이∙퉁구스로부터의 북방의 영향,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온 남방의 영향, 그리고 도교의 영향이 혼재된 애니미즘∙샤머니즘을 전통문화의 근저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또한 그 균형이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유사하다고 합니다. 제주 탄생의 땅 ‘삼성혈’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이 ‘분위기가 신사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도 이렇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의 제주와 일본의 무언가 특별한 연결고리를 실감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방문 관련사진


△안내해 주신 현승환 교수님과 함께. 감사합니다!


△사진이어서 정지되어 있지만, 몸을 움직이는 방식 등, 일본의 제례와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 무속 연구』

 故 현용준 교수의 도쿄대학 유학의 성과 『제주도 무속 연구』. 신령의 본연의 모습에서 상세한 의례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무속을 동아시아 각지의 그것과 구체적으로 비교한 노작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우에무라 카나(植村花菜) 씨의 ‘화장실의 신(トイレの神様)’이라는 노래가 히트한 적이 있습니다. 화장실을 매일 깨끗하게 청소하면 화장실의 여신처럼 미인이 될 수 있다고, 돌아가신 할머니가 가르쳐 준 추억을 기초로 한 감동적인 노래입니다만, 『제주도 무속 연구』에 따르면 제주에도 ‘측도부인’이라는 화장실의 신이 있다고 합니다. 다만, 제주의 화장실 신은 ‘이따금 사람에게 해를 입힐 때가 있어서, 이럴 때만 제사를 모신다’는 것. 화장실 신의 재앙이라니, 왠지 엄청난 일을 당할 것 같습니다…!


△예년 같으면, 이렇게 야외의 ‘칠머리당’에서 개최됩니다. 제주에는 각 마을마다 신을 모시는 ‘당’이라고 불리는 성스러운 곳이 있습니다. 마을 신을 모시는 ‘본향당’만 있거나(‘칠머리당’은 건입동의 본향당입니다), 다른 신을 모시는 별도의 ‘당’도 있거나, 마을에 따라 구성과 형태도 다양하지만, 일본 각지의 신을 모시는 진쥬(鎮守) 신이나 오키나와(沖縄)의 우타키(御嶽)와 같은 마을의 성지와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유교문화가 유입되면서, 마을의 남성들은 ‘포제단’에서 유교식 마을제사인 ‘포제’를 지내고, 여성들은 ‘당’에서 전통적인 무속식 제사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고대에는 남녀가 공동으로 마을의 안녕과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지만, 오늘날 무속제사는 여성이 주도적으로 담당합니다. 여성이 중심이 되어 주관하는 전통적인 무속식 제사문화는 일본 신사의 무녀나, 오키나와의 ‘노로’, ‘유타’라는 무녀의 역할로 보여집니다.


△일본에서 음력 10월은, 일본의 모든 신이 시마네현(島根県)의 이즈모타이샤(出雲大社)로 가 버리므로 ‘간나즈키(神無月:신이없는 달)’라고 부릅니다만, 반대로 이즈모 지방에서는, 일본의 모든 신이 모이기 때문에 ‘가미아리즈키(神有月:신이있는 달)’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 달의 이즈모 지방의 ‘신구 밀도’는 제주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을 것 같네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즈모타이샤는 결연의 신으로 유명합니다만, 총영사에 따르면, ‘가미아리즈키’의 이즈모타이샤에 참배했더니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라고 합니다. 과연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요? 또한 ‘가미아리즈키’의 시마네현은 단풍도 아름답고 명물인 금태(제주에서는 북조기라고 부름))도 맛있고, 시기가 맞으면 대게의 어획기도 시작되어 방문하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아오모리현(青森県)과 자매도시의 관계에 있어 여러 면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오모리현은 ‘이타코’라고 불리는 무당에 의해, 신선(神仙)이나 사자(死者)·행방불명자의 영혼 등을 자신에게 강림하게 하여, 이들의 말을 전하는 ‘공수’의 문화가 전해지는 지방으로서도 유명하여, 무속신앙으로 이어진 자매도시 관계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사진은 아오모리현의 영지인 오소레잔(恐山). 여름 대제에는 ‘이타코 공수’가 열립니다. 또한 오소레잔 보다이지(菩提寺) 경내에는 웬걸 온천욕장이 있어 참배객은 누구나 입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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