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혈과 혼인지~제주 탄생의 땅에서 찾은 일본과의 인연과 공통점

2020/12/24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은 2020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제주에서 근무한 이세끼 요시야스 전 총영사가 제주의 다양한 장소와 많은 분들을 직접 만나며, 제주도민 여러분의 도움으로 연재 기사로 정리한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제주와 일본의 깊은 관계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의 기사 내용은 연재 당시의 것으로, 일부 내용은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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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끼 요시야스 총영사는 제주시 구시가지에 자리한 제주 대표 문화재이면서 관광지인 ‘삼성혈’을 방문해, 고정언 ‘고·양·부 삼성사재단’ 이사장님께 안내를 받았습니다.

제주 탄생의 땅 ‘삼성혈’이란?

 ‘삼성혈’은 아득한 옛날 탐라국(지금의 제주도)을 창시한 삼신인(三神人, 고을나·양을나·부을나)이 용출했다는 3개의 지혈(地穴)로, 신화상 제주 개벽의 땅입니다. 고을나·양을나·부을나는 각각 현재 제주를 대표하는 성씨인 고(髙)씨·양(梁)씨·부(夫)씨의 선조로, 세 성씨를 가진 분들이 함께 재단을 만들어 ‘삼성혈’을 관리·보호하고 있습니다.
 
 지혈에서 용출한 후, 수렵생활을 영위하던 삼신인은 제주섬 동쪽 해안 성산읍에 위치한 연혼포에서 오곡의 종자와 가축과 함께 도착한 세 명의 공주를 맞이하여, 각각 결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삼공주는 조선시대 『고려사·지리지』에서 ‘일본국사’가 일본에서 모시고 왔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만, 시기는 불명이지만 『영주지』(고려 말이나 조선 초기로 추정됨)에서는 삼공주가 ‘벽랑국’에서 왔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벽랑국’이 규슈(九州) 등을 포함해 일본에 있었는지 아닌지 확인이 되지 않아서, 도래에 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탐라국과의 교류에 대해서는『일본서기』에서도 기록되어(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郎)씨의『탐라기행』에 따르면 22회) 있어, 제주와 일본 사이에는 ‘삼성혈’의 ‘개벽신화’와 같이 아득한 옛날부터 교류의 역사가 있었으리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삼성혈’은 일본에서의 단체 여행 코스에 포함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1만 평 부지 전체가 아득한 옛날부터 소중히 지켜져 왔고, 제주 구시가지에서는 가장 울창한 숲으로 뒤덮여 있으며, 또한 거목들이 많아, 그야말로 신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식생도 비슷해서인지, 고 이사장님에 따르면, 일본 관광객에게는 일본의 신사 경내의 분위기와도 비슷해서 친근감을 느낀다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신혼명소 ‘혼인지’

 그리고 삼공주가 도착했다고 하는 성산읍 연혼포에는 석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또한 그 인근에 있는 ‘혼인지’는 삼신인과 삼공주가 각각 혼례를 올렸다고 전해지는 장소로, 혼례를 위해 몸을 정갈히 씻었다는 연못과, 신방을 꾸몄다고 전해지는 동굴이 남아 있습니다. 동굴에서의 신혼생활은 현대의 감각으로는 너무 야성적이라 힘들겠다고도 생각됩니다만, 아득히 먼 옛날, 바다를 건너 온 로맨틱한 만남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고대(古代)판 한류(韓流) 스토리인지, 아니면 일류(日流)에 해당되는지 미묘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방문 관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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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인의 위폐가 봉안되어 있는 삼성전 앞 봉향소인 삼성문에서 고 이사장님으로부터 설명을 들었습니다. 아득한 옛날 탐라국 시대의 조상 숭배 위에, 훗날 조선시대에 보급된 유교식 조상 숭배 방식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고 역사의 무게감도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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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혈’. 말뚝으로 둘러싸인 곳 가운데에 지혈이 3개 뚫려 있습니다. 문화재 보존관계로 조사가 어려워서 실체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합니다만, 화산섬 제주도여서 큰 화산성 동굴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혈에서는 겨울에도 따뜻한 공기가 흘러나오기 때문에 지혈 주변에만 눈이 쌓이지 않고, 주변의 나무들도 따뜻한 공기가 흘러나오는 지혈 방향으로 자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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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안타깝게도 비공개로 진행되었습니다만, 매년 12월 10일에는 건시대제(乾始大祭)가 제주도제(道祭)(조선시대에는 국제(國祭)였다고 함)로 거행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고 합니다. 또한 매년 4월 10일과 10월 10일에는 세 성씨의 후손들이 춘·추대제(春·秋大祭)를 거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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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인과 삼공주가 혼례를 올리기 전, 몸을 정갈히 씻었다고 전해지는 ‘혼인지(婚姻池)’. 그 옆에는 신방을 꾸몄다는 동굴이 있습니다. ‘혼인지(婚姻址)’도 ‘고·양·부 삼성사재단’이 관리·보호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년 6월 10일에는 삼공주를 기리는 추원제(追遠祭)를 거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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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지’도 관광명소라서 신혼 분위기를 자아내는 기념촬영용 입간판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총영사 부인은 일본에서 오지 않았습니다.(기러기 아빠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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