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먹거리 vol.10 성게~제주해녀 프로듀스, 일본과의 인연이 만든 제주 전통 식문화
2022/5/23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은 2020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제주에서 근무한 이세끼 요시야스 전 총영사가 제주의 다양한 장소와 많은 분들을 직접 만나며, 제주도민 여러분의 도움으로 연재 기사로 정리한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제주와 일본의 깊은 관계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의 기사 내용은 연재 당시의 것으로, 일부 내용은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의 기사 내용은 연재 당시의 것으로, 일부 내용은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해녀들이 채취해 온 신선한 성게로 만든 ‘성게 비빔밥’이나 ‘성게 미역국’과 같은 성게 요리를 자주 맛볼 수 있습니다. 한국 본토 등에서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메뉴이며, 제주도민들도 전통 요리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계신 것 같습니다. 특히, 제주도는 최근에 한국에서 성게 생산량 1위를 차지하는 경우도 많고, 원래 한국 본토에서 성게를 채취하게 된 것도 제주 해녀들이 본토로 진출해서 잡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 양용진 원장님께 여쭈어 보니, ‘아니, 사실은...’라고 하시면서 의외로 미묘한 반응. 제주 해녀들은 예전부터 성게를 잡아서 먹기는 했지만, (1)온 몸을 감싸고 있는 뾰족한 가시때문에 채취할 때도 아프고 손질하는 것도 번거롭다. (2)번거로운 손질법에 비해서 내용물이 적다. (3)성게알은 금방 녹아서 바로 풀어져 버리기 때문에 보존도 운송도 어렵다. 그래서 먹을만한 해산물을 채취하지 못했을 때에만 잡아서 먹었던 것으로, 정말로 먹고 싶어서 먹었던 해산물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에 반해, 일본에서는 잘 아시다시피 ‘성게’ 라고 하면, 스시 재료의 에이스격의 한 몫을 차지하는 존재. 고노와타(このわた, 해삼 내장 젓갈), 가라스미(からすみ, 숭어 등의 생선알 염장식품)과 함께 에도(江戸)시대부터 ‘일본 3대 진미’의 하나로 꼽혀, 1799년의 「일본산해명산도회(日本山海名産図会)」에서도 성게알 젓갈을 ‘이는 젓갈 중의 제일로 삼는다’ 라고 하면서, 지금의 후쿠이현(福井県)의 ‘에치젠(越前) 성게’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 일본의 성게 시장에는 일본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에서 거래되는 성게의 약 70%가 집중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제주 성게 요리가 제주도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전통 음식이자 제주관광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로 알려지기까지 그 위상이 향상된 것은 어쩐지 성게 강대국·일본과의 깊은 인연이 있을 것 같지 않으신가요! 그러면 제주 성게를 이용한 전통 음식을 먹어 보자고, 이세끼 요시야스 총영사는 일본 가고시마(鹿児島)대학에서 수산자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시고, 제주 성게에 대해서 잘 아시는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연구원 수산종자연구과장 홍성완 박사님과 함께 성게 요리가 메인점인 제주도 최동부 오조리의 ‘바다의 집’을 찾았습니다.

제주의 성게 요리 1 ‘성게 미역국’

먼저 ‘성게 미역국’을 먹어 보았습니다. 미역국은 한국의 모든 지역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가정식 요리이지만 앞서 소개한 옥돔 미역국과 마찬가지로 성게 미역국도 제주의 스페셜한 음식. 한국 본토에서 성게 미역국을 맛볼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은 원래 한국 본토에서 성게를 잡게 된 것은 제주 해녀들이 출가(出稼)한 이후부터이기 때문에 원조는 당연히 제주도입니다. 노오란 성게와 초록 빛깔의 미역은 선명한 컬러의 조합까지 더해져서, 갯바람이 입안으로 불어오는 듯한 풍미도 수준급이네요~.
제주의 성게 요리 2 ‘성게 비빔밥’

다음은 ‘성게 비빔밥’. 식당에서는 ‘고추장이나 간장을 많이 넣지 마세요. 성게 본연의 맛이 사라져 버려요…’라고 어드바이스를 합니다. 한국 본토의 강한 양념에 익숙한 여러분은 무심코 많이 넣어 버릴 수도 있지만, 잘 알고 있는 우리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활성게알은 장거리 수송에 있어서는 알이 흐물흐물하게 풀어져 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명반을 넣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되면 쓴맛이 생길 수도 있지만, 산지인 제주에서 맛보게 되는 데는 그런 문제는 필요 없습니다. 성게 비빔밥이 입 안으로 들어가면, 성게알 특유의 부드러운 고소함과 입안을 은은하게 감도는 향긋함이 입 안 가득 퍼져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성게 강대국·일본과 제주의 깊은 인연
그런데 이러한 제주 성게 요리는 어떻게 ‘해녀들이 다른 해산물이 잡히지 않는 시기에만 채취해서 먹는 것’에서 제주도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전통 음식으로까지 지위가 향상되었을까요?성게 강대국·일본에서도 뜨거운 밥과의 궁합이 잘 맞고, 사케의 술안주로도 최고라고 하는 ‘에치젠 성게’와 같은 젓갈은 예로부터 귀중하게 여겨져 왔지만, 활성게는 그대로 두면 바로 흐물흐물해집니다. 성게 산지를 제외하면, 일본 곳곳에서 활성게를 고급 식재료로서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역시 수송 수단과 냉장·냉동 기술이 발달하면서입니다. 활성게는 1950년대 무렵부터 철도를 이용한 수송이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1975년경부터 항공편으로 도쿄·츠키지(東京·築地)로의 직송이 시작 되면서 고급 식재료로 취급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주 성게 사정에 대해 여기서부터는 추측이 가미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1965년 양국간의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지면서, 1970년 4월에 제주 해녀들의 일본 진출이 재개되게 된 이후, 일본에서 활성게가 고급 식재료로 취급되고 있는 것을 인식하게 되어, 제주에서도 그리고 한국 본토로 출가해서도 성게를 채취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제주에서 채취된 성게는 제주와 일본간의 직항편(1981년 제주·오사카 취항 개시)등으로 일본으로 수출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국 본토에서 스시를 포함한 일본 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본토에서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성게를 이용한 요리를 맛보고 싶어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제주와 일본간의 다양한 경로를 이용한 교류를 통해서 공급과 수요의 양면에서 제주 성게 그리고 제주 전통의 성게 요리의 위상과 인기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주 성게는 역시 일본과 가깝기 때문에 품종적으로도 일본과 같은 종류가 잡히는 것 같습니다. 현재의 주류는 보라성게. 말똥성게도 서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일본에서는 특히 규슈(九州)에서 최고급으로 불리는 분홍성게도 양은 적지만 채취할 수 있다고 하니 운이 좋다면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홍성완 박사님께서는, 2010년대 전반까지는 제주 성게도 일본으로 많이 수출되었지만, 제주 관광 상품으로서의 수요 증가와 한국 본토에서 일본요리의 인기로 인한 수요 증가 등으로 최근에는 일본으로의 수출은 거의 끊겼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제주 연안에서의 해녀의 어획 수익에 큰 공헌을 하고 있으며, 특히 성게 먹이가 되는 해조가 풍부한 지역에서는 소라를 웃도는 최고 매출을 올리고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 바다의 생태계 과제에 일본의 식견이 공헌

(사진제공:가나가와현 수산기술센터)
이러한 성게를 통한 제주와 일본의 관계에 관해서 마지막으로 또 한가지. 최근 일본의 바다에서도 제주의 바다에서도 ‘갯녹음’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구 온난화나 빠르게 증식된 성게가 해조류를 먹어 치우는 등의 원인으로 연안의 해조류가 번식하고 있는 어장이 쇠퇴·소멸해 버리는 현상입니다. 마찬가지로 해조류를 먹이로 하는 소라나 전복도 잡을 수 없게 되고,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알이 차지 않는 성게만이 가득하여 상품가치가 없어지는 등 어업면에서의 악영향은 말할 것도 없고, 바다의 생태계라는 면에서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가나가와현(神奈川県) 수산기술센터가 개발하고, 일본에서 전국적으로 보급된 ‘양배추 성게’라는 양식기법입니다. 규격 외 폐기대상인 지역산 양배추를 성게 먹이원으로 사용해서, 단기간 양식하고 갯녹음 대책과 함께 성게의 품질향상도 도모한다는 것입니다만, 이 성공 사례를 보고,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연구원도 양배추를 이용한 성게양식 실증실험에 나섰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 양식 어업에 종사하는 여러분으로부터는 지금까지 일본의 양식 기술을 많이 참고해서 발전해 왔다고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습니다만, 성게에 대해서는 양식 어업이라는 면에서도, 바다 생태계 문제에 대한 대응이라는 면에서도, 일본의 식견이 공헌하고 있었답니다!
관련사진

(사진제공:리시리쵸관광협회)
△성게는 일본 전국의 바다에 분포하고 있지만 어획량이 가장 많은 곳은 제주도의 우호협력도시인 홋카이도(北海道). 북쪽말똥성게(エゾバフンウニ)와 둥근성게(キタムラサキウニ)를 중심으로 일본 어획량의 90%가깝게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양은 물론이거니와 맛이 좋기로도 정평이 있습니다. 그 요인이 되는 것이 홋카이도를 산지로 하는 다시마의 최고급품 ‘리시리 다시마(利尻昆布)’. ’리시리 다시마’는 에도(江戸)시대에는 ‘키타마에후네’(北前船)를 이용해서 지금의 오사카(大阪)로 수송되어 요리의 육수로서 활용되면서 현재에 이르는 일본요리 문화의 기초가 되어 왔습니다. 이 리시리 다시마를 먹고 자라는 성게는 당연히 맛있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니군칸마키(軍艦巻き=성게군함말이)’ 사진제공 : 코하쿠(琥珀))
△스시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존재 중 하나인 ‘우니군칸마키’. 회전스시집이 아닌 비싼 스시전문집에서는 ‘시가’로 되어 있는 것도 많아서, 주문할 때 마음의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홋카이도(北海道) 시레토코(知床)반도의 ‘우니이쿠라동’(うにいくら丼=성게알덮밥)(문어알도 듬뿍). 보기에도 화려함이 일품입니다….

(사진제공:북도호쿠3현·홋카이도 서울사무소)
△제주도의 자매도시인 아오모리현(青森県)도 성게를 이용한 향토음식으로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하치노헤시(八戸市)와 그 주변의 산리쿠(三陸)해안 연안부에 전해지는 성게와 전복으로 국물 맛을 낸 ‘이치고니(いちご煮)’입니다. 원래 어부들이 바닷가에서 호쾌하게 익혀서 만드는 일상적인 가정 요리였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성게와 전복이 고급 식재료로 취급되면서, 현대에는 결혼식이나 설날과 같은 경사스러운 날에는 빼놓을 수 없는 음식으로 소중하게 계승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치고니’라고 불리는 것은 이치고(딸기)를 재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식기에 담았을 때, 전복 등의 엑기스로 인한 유백색의 탁한 국물 안에 올려져 있는 황금색 성게가 마치 아침 이슬을 머금은 산딸기처럼 보였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일본인의 ‘성게’ 사랑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혹시나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가실 수도 있습니다만, ‘성게’가 주인공인 만화까지도 존재합니다…. 관심이 있고 일본어를 아시는 분은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세요...
사진은 만화에서 말풍선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일본 만화 용어로는 ‘우니 후라슈’(ウニフラッシュ)(줄여서 ‘우니 후라’(ウニフラ))라고 불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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