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아커피’와 ‘제주북초등학교 김영수 도서관’~제주 원도심 도시재생 프로젝트에서 찾은 일본과의 인연
2021/4/26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은 2020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제주에서 근무한 이세끼 요시야스 전 총영사가 제주의 다양한 장소와 많은 분들을 직접 만나며, 제주도민 여러분의 도움으로 연재 기사로 정리한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제주와 일본의 깊은 관계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의 기사 내용은 연재 당시의 것으로, 일부 내용은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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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끼 요시야스 총영사는 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 권정우 소장님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이용규 교수님의 안내를 받아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고 있는 제주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권정우 소장님께서 리모델링 작업에 참여한 카페 ‘순아커피’와 ‘제주북초등학교 김영수 도서관’을 방문하였습니다. 제주 원도심은 원래 제주 전체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서 번창해 왔지만, 새로운 시가지 개발이나 인구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최근 활력을 잃게 되어 도시 재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인의 손을 통한 원도심 재개발에 대해서는 ‘D&DEPARTMENT JEJU by ARARIO’ 방문 기사 중 간단히 소개했지만, 이번에는 일본과 인연이 있는 오래된 건물을 권정우 소장님이 재생시켰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제주 원도심에 위치한 일본식 가옥을 이용한 카페 ‘순아커피’
먼저 찾은 곳은 원도심 한복판, 제주목 관아 바로 앞에 위치한 ‘순아커피’. 너무 오래돼서 일본인이 지었는지 조차도 알 수 없다고 하지만, 어쨌든 간에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일본식 가옥입니다. 몇 년 전 태풍으로 외벽이 붕괴되어 점포 겸 주거시설로 쓰고 있던 주인이, 건물을 허물려고 한다는 것을 권정우 소장님이 설득해 카페로 재생시키게 됐다고 합니다. 2층 거실에서 다다미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자니, 일본인의 느낌으로는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서 편안히 쉬고 있다는 기분도 느끼게 됩니다만, 제주 분들이나 한국 본토에서 오신 관광객 분들에게는 조금 이국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주에서는 이 가게가 일본식 가옥을 재생시킨 아마도 첫 번째 사례라고 합니다.재일제주인이 모교에 기증한 도서관을 재생! ‘김영수 도서관’
다음은 제주목 관아의 뒤편을 돌아, 1907년 개교한 제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제주북초등학교로 향합니다. 목적은 동교 졸업생이신 故 김영수 씨의 이름을 붙인 도서관입니다. 1914년생인 故 김영수 씨는 1932년에 오사카(大阪)로 건너가 고무공업으로 성공하면서, 오사카의 각종 업계 협동조합 등의 설립에 참가하고, 중소기업 육성에 노력하신 인물로, 일본정부로부터 포장과 훈장(藍綬褒章, 勲四等旭日小授章)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고 하는 분입니다만, 고향인 제주에 공헌하고 싶다며 1968년 모교에 제주 최초가 되는 학교 도서관을 기증. ‘김영수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나 권정우 소장님이 이 도서관의 재생을 위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권정우 소장님의 자녀도 이 학교를 다니게 된 것도 있어, 초등학생들이 어떻게 독서를 즐길 수 있을지 세세한 부분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여 공간을 구성하였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방과후에는 일반에 개방되어 지역주민 여러분이 아이와 함께 독서를 즐기거나, 주민끼리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동화 현상으로 쇠퇴 기미가 역력했던 지역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에도 기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했다고 합니다. 권정우 소장님은 설계∙조달∙관리∙운영 등 전반에 관해, 행정 각 방면∙학교∙학부모와 의견 조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노력은 도시 재생의 모델로서 제주도는 물론 한국 국토교통부의 ‘2020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에 선정되는 등, 전국적 차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의 시도에서 출발한, 제주와 일본의 관계의 보다 깊은 발전 가능성
이번에는 재생 대상이 되는 건물 자체가 일본과 인연이 있었다는 이야기였지만, 제주의 여러분들은 연구에 열심이신지라, 예를 들어 공공도서관의 활성화 방안으로 유명한 사가현(佐賀県)의 다케오시(武雄市) 도서관에 대한 높은 평가를 건축 전문가나 도서관 운영에 종사하는 분들로부터 듣거나 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이번에 마음을 설레게 하는 도시 재생의 시도를 접하고, 제주의 사례가 한국 본토는 당연하고, 일본 각 지방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면, 또한 그러한 사례 공유를 통해 제주와 일본의 관계가 보다 깊고 강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순아커피’ 시찰 사진

△‘순아커피’. 2층으로 올라가면, 사진처럼 다다미 방에 도코노마(床の間, 바닥을 한 층 높여 족자 등으로 장식하는 공간)까지 있는 일본의 옛 가옥입니다. 난간의 장식이 더욱 멋스러움을 더합니다.

△다다미에 바닥에 앉아 도코노마를 등지고, 차와 담소를 즐기는 제주 건축전문가 두 분인데,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무척 좋아 보입니다. 권정우 소장님은 원래 건물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면서, 또한 실제로 살고 있던 가정생활의 느낌도 최대한 남기면서, 그것을 카페 공간으로 살리는 것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복도에서 이어진 롤러코스터와 같은 급경사의 계단. 복도에 대해서 이용규 교수님로부터는, 원래 제주의 전통 가옥에는 복도가 없었는데, 일본식 가옥의 영향으로 복도를 설치하게 된 사례도 볼 수 있거나, 반대로 일본식 가옥에는 원래 온돌=마루 난방이 없었는데 제주에서는 설치되거나 하는 등, 건축 분야에서 상호 교류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러한 문화의 자연스러운 주고받음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김영수 도서관’ 시찰 사진

△제주북초등학교의 ‘김영수 도서관’. 원래의 도서관(일본에서도 1960년대 학교건물에나 있을 듯한 콘크리트 건물입니다), 교직원 숙직용 관사, 창고 이렇게 3개의 건물을 연결해 리모델링 했다고 합니다.

△1층 부분으로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독서를 즐길 수 있게 만든 전통 가옥 풍의 좌식 코너. 안쪽은 칸막이로 작은 방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지역주민들이 여기에서 숙박행사와 같은 지역행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2층 부분. 정연하면서도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가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2층부분. 편안히 휴식을 취하며, 독서도 즐기고, 그리고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바깥으로 보이는 제주목 관아의 계절마다의 풍경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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