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명예전당~현해탄을 사이에 둔 뜨거운 남자들의 자료가 제주에! 일본 야구 자료도 충실
2022/4/8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은 2020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제주에서 근무한 이세끼 요시야스 전 총영사가 제주의 다양한 장소와 많은 분들을 직접 만나며, 제주도민 여러분의 도움으로 연재 기사로 정리한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제주와 일본의 깊은 관계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의 기사 내용은 연재 당시의 것으로, 일부 내용은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의 기사 내용은 연재 당시의 것으로, 일부 내용은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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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경영하던 제주 최대의 감귤 농원을 이어받아 고향 서귀포에서 존경받고, 일본을 대표하는 역사 작가인 故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郎) 씨도 만남을 청했던 故 강창학 씨. 그 이름을 딴 서귀포시 ‘강창학 체육공원’ 한 켠에 ‘한국야구명예전당’이 있고, 일본과 관련된 전시도 충실히 구성되어 있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이유로 이세끼 요시야스 총영사는 이번에 ‘한국야구명예전당’을 찾았습니다. 소장품의 대부분을 기증하셨다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감독 등으로 활약하셨던 이광환 감독님이 안내해 주셨습니다.
명장 이광환 감독님의 진력으로 개설된 ‘한국야구명예전당’

이광환 감독님은 우리(현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OB(현 두산) 베어스 등의 한국 프로야구 팀에서 감독을 역임하시고, 특히 1994년에는 LG 트윈스를 이끌며 한국 시리즈를 제패한 한국 야구계에 있어서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야구부의 고문 겸 명예감독을 맡고 계시는 것 외에도, 제주에서 서귀포시의 여중·고 학생 등을 비롯해 야구의 저변을 넓히는 활동을 펼치고 계십니다.
그런데 왜 서귀포시에 ‘한국야구명예전당’이 있는 것인가? 이광환 감독님께 여쭤보았더니, 미국과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야구 관련 박물관 등이 있다는 사실에 감명을 받고, 한국에도 이런 곳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 우선 1995년 현재 제주시에 사재를 털어 ‘야구의 집’을 개관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개인이 운영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 야구 박물관을 설립하고자 하는 공공기관이 있다면 자신의 소장품을 모두 기증하기로 결심. 이에 국내 최남단에 위치해 야구를 비롯해 각종 스포츠 전지훈련 유치에 나섰던 서귀포시가 손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서귀포시는 이광환 감독님의 소장품 3천여 점을 기증받는 한편, 대한야구협회(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한국야구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1998년 현재의 ‘강창학 체육공원’ 한 켠 청소년 수련관 내에 ‘한국야구명예전당’을 개설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해탄을 넘은 교류를 포함한 야구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수많은 자료들
전시 내용은 일본통치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한국 야구의 역사, 야구 발상지인 미국 야구 관련 자료는 물론, 일본 야구의 역사와 현해탄을 사이에 둔 양국 간 야구 교류에 관한 자료도 상당수에 달합니다.
먼저 일본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한국인 선수들의 유니폼, 사인 볼 등의 자료입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일본 프로야구로의 이적 1호 주니치(中日) 드래건스에서 맹활약한 선동렬 투수. 선동렬 투수와 함께 주니치의 '한국인 삼총사'로 불리며 1999년 센트럴리그 우승에도 기여한 이종범 선수와 이상훈 투수. 지바(千葉) 롯데 마린스와 요미우리(読売) 자이언츠, 오릭스 버펄로스 등에서 활약한 국민타자 이승엽. ‘불덩어리 같은 강속구의 직구 ‘히노타마 스트레이트’(火の玉ストレート)로 이름을 떨친 일본을 대표한 최고의 구원 투수 후지카와 규지(藤川球児) 투수의 메이저리그 이적 중 한신(阪神) 타이거스에서 그의 등번호 22번을 이어받은 오승환 투수 등등 끝이 없습니다. 특히 故 호시노 센이치(星野仙一) 감독이 ‘한국인 삼총사’를 이끌고 달성한 1999년 주니치 드래건스가 센트럴리그 우승에 관해서는 이상훈 투수로부터 기증받은 선수단 친필 싸인판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야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자료도 상당히 충실합니다. 고교야구나 프로야구의 출범 기 사진 자료, 맹활약한 재일한국인 선수를 포함한 일본 프로 야구 왕년의 명선수 사진 자료와 사인 볼 등이 중심인데, 누적 홈런 수 세계기록을 보유한 오 사다하루(王貞治) 감독에 이르러서는 사인과 함께 한국어로 번역된 ‘호움런왕 왕정치’라는 책도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한 일본과 한국 양국 간 야구 교류에 관한 자료입니다. 오래된 자료로는 1965년의 국교 정상화 이전인 1962년 6월에 한국 각 도시에서 열린 ‘메이지(明治)대학 초청 친선 경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사진, 프로야구·대학야구·사회인야구 등 다양한 친선 경기를 기념하는 페넌트나 트로피 등, 프로·아마추어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광환 감독님 자신이 1986년 시즌에 세이부라이온즈(西武ライオンズ)에서 경험하신 지도자 연수를 통해서, 그리고 코치로서 참전하신 1995년 11월 ‘일한 친선 프로야구 슈퍼게임’(일본 각지를 순회하는 방식으로 개최)을 통해 수집하신 자료도 충실합니다. 이광환 감독님이 ‘일한 친선 프로야구 슈퍼게임’ 최종전인 6차전에서 그 해 2년 연속 시즌 MVP를 수상한 이치로 선수로부터 그의 고향에 있는 나고야(ナゴヤ)구장에서 기증받은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오릭스 버펄로스)의 유니폼과 사인 볼이 당시 일본 스포츠신문 기사와 함께 큼지막하게 전시되어 있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이광환 감독님의 야구애가 이어준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

또 한 가지, 제주도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제주도의 야구 역사도 궁금한 부분입니다. 제주도의 야구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春日 故 오대옥 선생’이라는 분의 사진과 야구 방망이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1927년생으로 ‘나라현립(奈良県立) 나라상업학교’에서 야구부에 재적했고(일본의 3대 코미디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아카시야 산마(明石家さんま) 씨의 고등학교 선배이신 것 같습니다. 산마 씨는 축구부였습니다만…), 1946년 이 학교를 졸업한 후 제주로 돌아와 중학교 체육교사 등으로 근무하면서 야구 지도를 통해 제주도 야구 발전에 공헌한 분이라고 합니다.
‘春日’라는 호는 아마도 연고가 있던 일본 나라(奈良)의 별칭에서 따온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제주 야구 발전의 배경에 故 오대옥 선생님의 일본 야구 경험이 있었다면, 이 또한 제주와 일본의 깊은 인연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는 이광환 감독님의 야구 사랑, 그리고 일본과 한국 간 야구 교류에 대한 깊은 마음을 직접 접하며, 특히 야구를 사랑하는 분에게는 일부러 방문해 볼 가치가 있는 시설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또한 이광환 감독님의 애정이 깃든 이 전당이 일본과 인연이 깊은 서귀포 땅에, 특히 일본과 깊은 관계를 맺으신 강창학 씨의 이름을 딴 장소에 있다는 의미를 절실히 느끼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방문 관련사진

△이광환 감독님으로부터 시설의 구석구석까지 안내를 받으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감독님 감사합니다!

△이광환 감독님과 故 호시노 센이치(星野仙一) 감독님의 투샷도 있었습니다. 뜨거운 남자끼리의 우정을 담은 사진 한 장,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습니다….

△제주 야구의 원조, 春日 故 오대옥 선생님과 연고가 있는 일본의 나라(奈良). 2016년 9월,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제주도와 인연이 있는 나라시의 야외음악 페스티벌 ‘가스가노(春日野) 음악제’에서, ‘미스트롯2’로 프로가수로 데뷔한 양지은 씨가 제주도 대표로 공연했던 사실은 이미 소개한 대로입니다. ‘春日’(가스가)=나라를 매개로 시대를 넘어, 제주의 야구계와 가요계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광환 감독님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대 야구부 감독도 맡으셨는데(그 이후 명예감독), 그 서울대 야구부는 2005년부터 도쿄대 야구부와 친선 경기를 펼쳐 오고 있습니다. 2016년 7월에는 양 대학 야구부의 8번째 친선 경기가 ‘한국야구명예전당’이 있는 서귀포시 ‘강창학 체육공원’ 내의 서귀포 야구장(위 사진)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경기는 도쿄대학 야구부가 승리했다고 합니다만, 일본과 깊은 인연이 깊은 강창학 씨의 이름을 붙인 체육공원에서 개최된 이 경기가 오대옥 선생님이 개척한 제주와 일본을 넘나드는 야구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가 되었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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